KT '유령 기지국' 해킹, 내가 사는 동네도 안전하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IT에 밝다는 이유로 이런 해킹 사건에 초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YTN과 MBC 뉴스를 보고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 났다.

이번 KT 해킹 사태의 유력한 원인이 '유령 기지국'이란다. 해커가 가짜 기지국을 만들어서, 그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휴대폰 정보를 통째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내가 의심스러운 링크를 누르지 않아도, 앱을 잘못 설치하지 않아도, 그냥 특정 지역을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내 정보가 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2025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건 스미싱이 아니다, 그냥 재난이다

뉴스에 따르면, 해커는 KT가 관리하지 않는 사설 기지국을 특정 아파트 단지 같은 곳에 설치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KT 이용자들의 휴대폰은 가장 신호가 강한 그 '유령 기지국'에 자동으로 연결됐다. 그 순간, 가입자 식별번호 같은 민감한 정보가 해커에게 넘어갔고, 그걸로 수십만 원씩 소액결제를 해버린 것이다.

이건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막을 수 없는, 그냥 '재난'에 가깝다. 내가 출퇴근하는 길목에, 우리 집 앞에,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옆에 그 유령 기지국이 설치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폰은 좀비가 되고 내 돈은 사라진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망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개발자로서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을 이론으로만 배웠지, 이게 이렇게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정부에서는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리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KT도 24시간 전담 고객센터를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를 보니 피해자들은 보상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하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 그때까지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1. 소액결제 차단: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당장 KT 앱에 들어가서 소액결제를 차단했다.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2. 알뜰폰 사용 재고: 이번 해킹이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에서도 발생했다고 한다. 저렴한 요금제만 보고 통신사를 선택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3. 현금 사용...?: 이건 너무 나간 생각일까? 하지만 온라인 결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걸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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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단순히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통신'이라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사건이다. 부디 하루빨리 범인들이 잡히고, 통신사들이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뼈저리게 느끼길 바란다.

오늘따라 창밖의 기지국이 괜히 의심스러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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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경기 부천도 'KT 소액결제' 피해..."대부분 같은 아파트" (https://www.ytn.co.kr/_ln/0103_202509091031408563)
• [MBC뉴스] [단독] "유령 기지국 만들어 KT망 해킹‥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가능"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54104_36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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