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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분명히 나는 새벽에 잠깐 깨서 '강아지 구토 원인'을 검색하고 잠들었을 뿐인데, 다음 날 아침부터 네이버의 모든 광고창이 강아지 영양제, 애견 호텔, 심지어 강아지 장례식장(...) 광고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아니, 나 그냥 검색 한 번 했는데 이렇게까지 나를 탈탈 털어간다고?"

개발자로서 '개인화'라는 이름의 데이터 수집 기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 기분이 영 찝찝했다. 분명 네이버 설정에서 '검색어 저장' 같은 건 다 꺼놨는데, 대체 얘네는 어떻게 내 관심사를 이렇게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걸까?

오늘은 이 찝찝함의 실체를 파헤치고, 나와 같은 디지털 유목민들이 네이버의 집요한 추적에서 벗어나 '데이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A부터 Z까지, 아주 상세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검색어 저장 끄기'는 눈속임일 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설정에서 끄는 '검색어 저장' 기능은 그저 '자동 완성' 목록에 내가 쳤던 검색어가 안 뜨게 하는, 지극히 표면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이걸 껐다고 해서 네이버가 내 검색 기록을 수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네이버가 우리를 추적하는 진짜 무기는 바로 '온라인 행태정보(Behavioral Data)'다. 어려운 말 같지만 별거 아니다.

  • 행태정보란?: 웹사이트 방문 기록, 앱 사용 이력, 검색 이력, 구매 이력 등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모든 패턴 정보.
  • 수집 도구: 이런 정보는 주로 '쿠키(Cookie)'나 광고 식별자(AD ID) 등을 통해 수집된다. 우리가 웹사이트에 로그인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작은 표식(쿠키)이 우리 브라우저에 남고, 네이버는 이 표식을 통해 "아, 아까 그 강아지 검색했던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보는 것이다.

즉, 네이버는 우리가 검색어 저장 기능을 껐더라도, 쿠키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행태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용자는 지금 강아지 건강에 매우 관심이 많군. 관련 광고를 집중적으로 보여주자!"라고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도를 넘는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내 데이터 통제권 되찾기: 4단계 완벽 가이드

그렇다면 이 집요한 추적의 고리를 끊어낼 방법은 없을까? 100% 완벽한 차단은 어렵겠지만, 몇 가지 설정을 통해 적어도 내가 원하지 않는 광고와 정보 수집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귀찮아도 딱 10분만 투자해 보자.

1단계 (가장 중요): 행태정보 기반 맞춤형 광고 차단하기

네이버가 내 행동 기록을 광고에 써먹지 못하도록 막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설정이다.

  1. 네이버 로그인 후, 오른쪽 상단의 내 프로필 아이콘(또는 '내서랍')을 클릭해 '계정 설정'으로 들어간다.
  2. 상단 메뉴에서 '보안설정 및 비밀번호 변경'을 클릭한다.
  3. 화면을 아래로 내려 '보안 설정' 섹션에서 '맞춤형 광고 설정'을 찾아 클릭한다.
  4. '네이버 맞춤형 광고'와 '제휴사 맞춤형 광고' 두 가지 항목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허용'을 '차단'으로 변경한다.
*   **네이버 맞춤형 광고**: 네이버 서비스 내에서 보여주는 광고
*   **제휴사 맞춤형 광고**: 네이버와 제휴된 다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광고

이 두 가지를 모두 '차단'으로 바꿔야 효과가 있다.

2단계: 내 활동 기록 및 방문 기록 삭제하기

맞춤형 광고를 차단했더라도, 이전에 네이버가 수집했던 내 활동 기록은 여전히 서버에 남아있다. 찝찝하다면 이것도 삭제하자.

  1. 위의 '보안 설정' 페이지에서 이번엔 '활동 기록 보기'로 들어간다.
  2. '기간별 보기' 탭에서 전체 기간을 선택하고, 서비스별로 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한다.
  3. 삭제하고 싶은 기록을 선택하거나, '전체 삭제'를 통해 과거 기록을 모두 지울 수 있다.

3단계: 쌓여있는 '쿠키' 삭제하기

이미 내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저장된 쿠키를 삭제해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이다. 각 브라우저 설정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 PC 크롬(Chrome): 설정 >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 인터넷 사용 기록 삭제 > 쿠키 및 기타 사이트 데이터 체크 후 삭제
  • 모바일 사파리(Safari): 설정 > Safari > 모든 쿠키 차단을 켜거나, 고급 > 웹 사이트 데이터에서 특정 사이트 쿠키 삭제
  • 모바일 삼성 인터넷: 설정 >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 검색 데이터 삭제 > 쿠키 및 사이트 데이터 체크 후 삭제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쿠키를 정리해 주는 것이 좋다.

4단계 (궁극의 방법): 프라이버시 중심 도구 사용하기

네이버의 추적이 근본적으로 싫다면, 아예 검색 기록을 수집하지 않는 검색 엔진이나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이 답이다.

  • 덕덕고(DuckDuckGo): "우리는 당신을 추적하지 않습니다"를 모토로 내세운, 가장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검색 엔진이다.
  • 브레이브(Brave) 브라우저: 광고와 트래커를 기본적으로 차단해 주는 기능이 내장된 브라우저다. 크롬 기반이라 사용법도 익숙하다.

나 역시 민감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순수한 검색 결과가 필요할 땐 덕덕고를 애용한다.


내 정보의 주인은 '나'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모든 온라인 활동은 너무나 쉽게 데이터가 되고, 기업의 이윤을 위한 상품이 되는 시대다. 이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원치 않을 때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을 수 있는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결국 내 정보의 주인은 네이버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알려준 방법들을 통해, 조금은 귀찮더라도 주기적으로 내 데이터 설정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내 모든 설정을 점검하고, 쌓여있던 쿠키를 전부 삭제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네이버 #개인정보보호 #맞춤형광고 #쿠키삭제 #행태정보 #프라이버시 #덕덕고 #데이터주권 #디지털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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