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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을 하나 봤다. 바로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아이폰을 만든 조니 아이브와 OpenAI의 CEO 샘 알트먼이 나누는 대화였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IT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니 아이브가, 바로 그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과거의 기술(legacy products)’이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과거의 유물?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세상을 바꾼 혁신이었고, 지금도 우리 삶의 중심에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걸 만든 장본인이 이제는 과거의 것이라니. 처음엔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하지?’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찬찬히 뜯어보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의 스마트폰이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그릇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었다. 멀티터치 인터페이스가 범용성을 무기로 지난 10여 년간 세상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그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왔듯, 그들은 또 다른 차원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개발을 하다 보면 기존의 아키텍처나 프레임워크가 새로운 요구사항을 담아내기 버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엔 어떻게든 땜질해서 해결해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마 그들도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에서 비슷한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새로운 아이디어는 연약하게 태어난다
샘 알트먼은 조니 아이브가 어떻게 그렇게 ‘당연한 듯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지 궁금해했다. 조니 아이브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아이디어는 항상 잠정적이고, 조용하고, 본질적으로 연약한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위대한 아이디어도 처음에는 아주 작고 연약한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연약한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고, 동료들과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으면, 아직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생각을 꺼내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개발자들끼리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이거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아냐?" 혹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라는 두려움에 입을 닫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조니 아이브는 바로 그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생각들을 소중히 다루고,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혁신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상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때로는 장애물이 될 때
영상을 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조니 아이브가 자신의 ‘경험’을 경계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30년 넘게 쌓아온 자신의 경험이 어디에서 유용하고, 어디에서 장애물이 되는지를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했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처럼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태도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는 뜻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말이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도그마에 빠져있지는 않았을까? 새로운 기술 앞에서 ‘어차피 기존 기술의 연장선이겠지’라며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호기심과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
대화의 마지막, 샘 알트먼은 이 기술 혁명을 통해 무엇을 가장 바로잡고 싶냐고 묻는다. 조니 아이브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이 도구들이 우리를 행복하고, 충만하고, 더 평화롭게 만들고, 덜 불안하고, 덜 단절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기술과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기술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든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어렴풋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손에 무언가를 들고 다니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기술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공기처럼 존재하게 될지도. 어떤 모습이든, 그 기술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그리고 그 흐름에 나 또한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기를 바라본다.

#조니아이브 #샘알트먼 #스마트폰 #AI #미래기술 #애플 #OpenAI #개발자 #생각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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