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그냥 퇴근하고 멍하니 보려고 켰는데, 어쩌다가 일론 머스크가 인터뷰에서 "퍼스트 프린시플(First Principles)"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짧은 영상이었다. 근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다.
"우리는 보통 유추로 생각한다"
머스크가 한 말 중에 제일 먼저 꽂힌 부분이 이거였다.
*"The normal way that we conduct our lives is we reason by analogy."*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건 다른 사람도 하니까",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니까"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거다. 유추(analogy)로 판단하는 거다. 살짝 변형된 복사본처럼.
나도 솔직히 그렇다. 개발하면서도 "원래 이 아키텍처가 표준이니까", "다들 이 방식 쓰니까" 하고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이게 표준인지, 왜 이 방식이 좋은지 근본적으로 파고든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되니까, 남들도 하니까. 그게 전부였다.
제1원칙이란 뭔가
머스크는 제1원칙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를 물리학적 세계관이라고 설명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가장 근본적인 진실로 쪼개고,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하라."
유추로 생각하는 게 정신적으로 훨씬 쉽다는 것도 인정한다. 당연하지. 이미 누군가 생각해놓은 걸 따라가는 게 훨씬 편하니까. 근데 그렇게 하면 절대 새로운 걸 만들 수가 없다는 거다.
인상 깊었던 예시가 배터리 이야기다.
배터리 예시 — 근본부터 따져봤더니
사람들이 "배터리는 비싸고, 앞으로도 비쌀 거야"라고 말한다. 과거에 킬로와트시당 $600이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는 논리다.
근데 머스크는 거기서 질문을 던진다.
*"잠깐, 배터리가 뭘로 만들어지지?"*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카본, 폴리머, 강철 캔. 이걸 런던 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에서 시장가로 사면 얼마냐고. 따져보니까 킬로와트시당 약 $80이더라는 거다.
$600짜리라고 알려진 게, 재료비 기준으로는 $80이었던 거다.
그럼 결론은 간단하다. 저 재료들을 배터리 형태로 영리하게 조합하는 방법만 찾으면, 아무도 생각 못 했던 가격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테슬라가 어떻게 전기차 시장을 뒤집었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
말은 쉽지. 근데 실제로?
솔직히 처음엔 "그거 원래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게 꼭 천재성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질문을 던지는 습관의 문제다.
"이건 원래 이래" → "근데 왜?"
이 작은 한 마디가, 유추에서 제1원칙으로 가는 전환점인 것 같다.
개발자로 일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엄청 많다. 레거시 코드를 보면서 "원래 이렇게 짜여 있으니까" 하고 넘어간 것들. 특정 라이브러리를 "다들 쓰니까" 별 의심 없이 붙인 것들. 성능 문제를 "원래 느린 거야" 하고 포기한 것들.
제1원칙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코드가 왜 느린지, 데이터 흐름의 근본부터 파고들었다면.
가끔 팀에서 "이건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적이 많았다. 근데 사실 그 말이 가장 위험한 말일 수도 있겠다 싶다. 관성이 쌓이면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데 다들 그냥 하고 있는 구조가 된다.
말 못하는 불편함
영상을 보면서 한 가지 찜찜한 것도 있었다.
제1원칙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잖아. 이미 검증된 방식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쌓인 결과물이기도 하니까. 바퀴를 다시 발명하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머스크도 그걸 모르진 않겠지만, 영상에서는 그 부분까지 다루지 않았다. 아마 짧은 인터뷰라 그랬겠지.
중요한 건 밸런스인 것 같다. 모든 걸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심할 가치가 있는 것을 제대로 파고드는 것. 그게 제1원칙의 본질 아닐까.
결국 나한테 남은 것
이 영상 하나 보고 엄청난 걸 깨달았다기 보다는, 그냥 찜찜하게 뭔가 자극을 받았다.
내가 "원래 이래"라고 치부하고 넘어간 것들 중에, 실은 제대로 이유를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 꽤 많다는 거. 기술적인 것도, 일상적인 것도.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연습. 그게 아마 제1원칙 사고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머스크처럼 우주선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일과 생각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영상 다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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