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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쳤더니 아침에 살짝 피곤했다.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이국적인 새소리에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여긴 호이안이니까!

오늘은 작정하고 호이안 올드타운의 낮과 밤, 그리고 맛까지 모두 정복해보기로 한 날이다.

올드타운의 낮, 시간 여행의 시작

어젯밤의 고요함은 어디 가고, 올드타운의 낮은 활기가 넘쳤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물건을 파는 상인들. 노란색 벽의 건물들은 햇빛을 받아 더욱 선명한 색을 뽐내고 있었다.

먼저 올드타운 통합 입장권(120,000동, 약 6,000원)을 샀다. 이 티켓 하나로 5곳의 유적지를 들어갈 수 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계획대로 호이안의 상징적인 곳들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1. 일본교(내원교): 베트남 2만동 지폐에도 그려져 있는 바로 그 다리.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투본강의 풍경이 참 평화로웠다. 다리 중앙에 있는 작은 사당도 인상적.
  2. 떤키 고가: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가문이 살아온 집이라고 한다. 집안 곳곳에 베트남, 중국, 일본의 건축 양식이 섞여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무 기둥에 새겨진 섬세한 조각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점심: 데이터는 배신하지 않는다, 반미의 여왕을 만나다

오전 내내 걸었더니 배에서 신호가 왔다. 호이안에 왔으면 1일 1반미는 국룰. 수많은 반미집 중에서 내가 고른 곳은 바로 마담콴, 반미퀸이다. 구글맵 평점 4.5점에 빛나는, 데이터가 검증한 맛집이랄까.

역시나 가게 앞은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한 10분? 기다렸을까. 내 손에 들어온 따끈한 '믹스 반미'.

반미
*

이 바삭함과 꽉 찬 속... 사진 보니 또 먹고 싶네
*

와.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한 바게트, 그 안에 가득 찬 돼지고기와 파테, 아삭한 채소와 특제 소스의 조화가... 왜 '여왕'이라 불리는지 바로 인정했다. 이건 그냥 샌드위치가 아니라 하나의 요리다. 길가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는데도 세상 행복한 맛이었다.

저녁: 소원배에 띄운 희망, 그리고 호이안의 맛

오후에는 더위를 피해 코코넛 커피도 한잔하고, 미리 예약해둔 쿠킹클래스에서 어설프게 반쎄오도 부쳐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소원배를 타러 투본강으로 향했다.

해가 지고 등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자 강은 순식간에 동화 속 풍경으로 변했다. 작은 나룻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 조심스럽게 등불에 불을 붙여 물 위에 띄웠다. "버그 없는 코드, 평화로운 서버..." 개발자다운 소원을 빌었을까? ㅎㅎ 반짝이며 멀어져 가는 내 등불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올드타운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

배에서 내리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저녁은 호이안의 대표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는 모닝글로리 오리지널로 향했다. 이곳도 유명한 만큼 대기가 있었지만, 20분 정도 기다려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호이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국수 까오러우, 하얀 쌀만두 화이트로즈, 그리고 반쎄오까지. 한상 가득 차려놓고 먹으니 여행 온 기분이 제대로 났다. 특히 쫄깃한 면발의 까오러우는 정말 별미였다.

하루 종일 걷고, 먹고, 보고, 느꼈다. 발은 좀 아팠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했던 2일차였다.


#호이안2일차 #호이안맛집 #반미퀸 #마담콴 #모닝글로리 #호이안올드타운 #소원배 #까오러우 #화이트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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