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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k4FcWk7AcYc

 

 

요즘 개발자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AI 이야기가 나온다. 챗GPT가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는지, 코파일럿 없이는 이제 개발하기 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보다 보면 '이러다 정말 내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나 역시 그런 걱정을 하던 와중에, 메타(Meta)의 수석 AI 과학자이자 AI 분야의 세계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얀 르쿤 교수님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영상 원본은 글 마지막에 첨부)

결론부터 말하면, 영상을 보고 나서 막연했던 불안감이 꽤 많이 해소되었다.

LLM의 한계: 똑똑한 앵무새, 그 이상은 아니다

얀 르쿤 교수님은 단호하게 말한다. 현재의 LLM(거대 언어 모델)을 아무리 스케일업해도, 절대 인간 수준의 AI(AGI)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는 '엄청나게 거대한 기억력을 가진 검색 시스템'에 가깝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박사님이 앉아있는 것 같지만, 그 박사님은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저 기존에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답을 찾아줄 뿐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코파일럿을 쓰면서 느꼈던 점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분명 뻔한 CRUD 코드나 설정 파일 작성은 기가 막히게 해주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로직이나 복잡한 아키텍처 설계를 맡기면 어김없이 헤매거나 그럴듯한 거짓말(Hallucination)을 내뱉는다. 그 5%의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건 결국 개발자의 몫이다.

자율주행과 AI: 마지막 5%의 어려움

교수님은 현재 AI의 상황을 '자율주행 기술'에 비유한다. 10년 전에도 우리는 엄청나게 인상적인 자율주행 데모 영상을 봤지만, 아직도 레벨 5 완전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를 달리지 못한다. 바로 그 마지막 몇 퍼센트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문제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AI 도입을 시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수많은 PoC(개념 증명) 프로젝트 중 단 10~20%만이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 적용되는 이유도 비용 문제와 더불어 이 '신뢰성'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100페이지짜리 리포트에서 5%가 틀렸는데, 어디가 틀렸는지 모른다면 그 리포트는 쓸 수 없는 것과 같다.

AI 겨울은 다시 올까?

얀 르쿤은 1980년대에 있었던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s)' 열풍과 그 이후에 찾아온 'AI 겨울(AI Winter)'을 언급한다. 당시에도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엄청난 기대와 투자가 몰렸지만,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거품이 꺼지고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는 지금의 열풍도 자칫 잘못하면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LLM만 키우면 AGI가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나 기업은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진짜 AI로 가는 길: 물리적 세계의 이해

그렇다면 진짜 인간 수준의 지능으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얀 르쿤은 네 가지를 꼽는다.

  1.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 (상식)
  2. 영구적인 기억 (Persistent Memory)
  3. 추론(Reasoning) 능력
  4. 계획(Planning) 능력

현재의 AI는 인간이 만든 '텍스트' 데이터만으로 세상을 배운다. 하지만 인간 아이는 세상을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하며 물리 법칙과 상식을 배운다. AI 역시 텍스트가 아닌 '영상'과 같은 감각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시뮬레이션하며 행동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이런 진정한 의미의 AGI는 어느 한 회사나 개인이 비밀리에 뚝딱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의 연구 커뮤니티가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AGI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5명짜리 스타트업이 있다면 그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결론: AI는 대체재가 아닌, 강력한 '도구'

영상을 다 보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AI는 내 일자리를 빼앗을 경쟁자나 대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개발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줄 수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에 가깝다.

과거에는 뛰어난 개발자가 되기 위해 '구글링을 잘하는 능력'이 필수였다면, 이제는 'AI에게 정확하고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전략을 세우고, 최종 결과물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개발자 본연의 역량이다.

AI라는 강력한 보조 엔진을 얻은 셈이니, 이걸 어떻게 잘 활용해서 더 높고 창의적인 레벨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오늘부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AI #개발자 #얀르쿤 #AGI #미래 #생각정리 #개발자생존법


참고 영상:

  • Yann LeCun: The man who thinks AI is not going to get to human level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k4FcWk7A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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