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누스 토발즈가 말하는 리눅스 커널과 Rust, 그리고 개발자의 성장

https://www.youtube.com/watch?v=YyRVOGxRKLg

 

 

주말 오후,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가 흥미로운 썸네일을 발견했다. 'Torvalds Speaks: Rust's Impact on the Linux Kernel'.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 커널에 Rust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다. 30대 개발자로서, 특히 최근 새로운 기술 스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였다.

영상은 리눅스 재단 행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형식이었다. 사회자의 질문에 리누스는 특유의 담담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답했다. 그의 답변에서 몇 가지 인상 깊었던 포인트를 내 생각과 함께 정리해봤다.

"우리는 정체되면 안 됩니다"

가장 내 마음에 와닿았던 말이다. 리누스는 Rust 도입이 기술적인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널로서, 그리고 개발자로서 정체되지 않기 위해" 라고 강조했다. 32년 동안 리눅스 커널이라는 한 가지 프로젝트에 몸담아온 거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무게가 남달랐다.

사실 요즘 내가 그랬다. 몇 년차 개발자가 되고 나니, 익숙한 기술만 찾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조금은 게을러졌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 리누스의 이 한마디는 그런 나에게 따끔한 죽비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기술은 더 빠르게 변하는데,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나는 프로그래머라기보다 코드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리누스는 자신을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아닌 '코드를 관리하는 기술 리더(technical lead)'라고 정의했다. 그의 주된 업무는 직접 코드를 짜는 것보다,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보낸 코드를 리뷰하고 병합(merge)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거대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는 Rust 코드 역시 직접 관리하지 않을 것이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다른 관리자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신뢰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 이것이 30년 넘게 리눅스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끌어온 그의 리더십의 본질이 아닐까.

Rust, 그리고 리눅스의 미래

영상에 따르면, Rust는 아직 커널의 핵심적인 부분에 쓰이고 있지는 않다. 이제 막 인프라가 갖춰진 단계. 하지만 내년부터는 Rust로 작성된 드라이버나 주요 서브시스템들이 통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메모리 안정성을 최대 장점으로 하는 Rust가 커널 레벨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개발자로서 정말 기대되는 부분이다.

물론, 최근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C와 Rust의 공존을 둘러싼 내부적인 논쟁도 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리누스는 이런 논쟁조차 'vi 대 Emacs'처럼 지나갈 수 있는 과정의 일부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영상을 보고 나서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본 영상이었다. 단순히 'Rust'라는 언어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정점에서 30년 이상을 군림해온 개발자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

영상을 끄고 나서 든 생각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 그리고 거대한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현명한 리더십. 오늘 또 하나 배웠다.

 

 

영상 출처:

• Torvalds Speaks: Rust's Impact on the Linux Kernel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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