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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얀 르쿤 교수의 영상으로 AI의 미래에 대한 학술적인 관점을 엿봤다면, 이번엔 좀 더 '현실'에 발을 붙인 거장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본 인물이 바로 리눅스와 깃(Git)의 창시자, 리누스 토르발스다.
그는 언제나 거침없고 현실적인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지금의 AI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마침 관련 인터뷰 영상을 발견했고, 역시나 '리누스다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HHT6W-N0ak
AI, 버그 찾는 똑똑한 도구
리누스는 AI, 특히 LLM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AI를 '스테로이드를 맞은 자동완성(autocorrects on steroids)' 에 비유하면서도, 그것보다 훨씬 큰 잠재력을 가진 '도구'로 보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AI의 가장 큰 장점은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 코드 패턴은 일반적이지 않은데, 정말 의도한 게 맞나요?"
AI가 개발자에게 이렇게 물어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자는 "아니, 전혀. 명백한 버그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답하게 될 거라는 시나리오다.
나 역시 코파일럿을 쓰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놓친 엣지 케이스나, 더 나은 API 사용법을 제안해 줄 때면 마치 옆에 사수가 앉아있는 듯 든든하게 느껴진다. 리누스가 말한 '똑똑한 도구'라는 표현이 딱 와닿았다.
"AI가 버그를 만든다고? 우린 우리 힘으로도 잘만 만드는데!"
물론 그도 AI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바로 LLM이 만들어내는 그럴듯한 거짓말,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AI가 인간의 확인 없이 자동으로 무언가를 처리하게 될수록, 이 환각 현상은 공상과학 영화 속 'AI의 세계 정복'과는 다른 의미의 공포가 된다. 바로 수많은 버그가 발생해서 우리의 삶과 코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실적인 공포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리누스 토르발스의 '팩폭'이 터져 나온다.
"저는 AI 없이도 매일같이 버그가 생기는 걸 봅니다. 그래서 별로 걱정 안 해요. 어차피 우린 우리 힘으로도 버그를 아주 잘 만들고 있거든요."
(I see the bugs that happen without them every day, so that's that may be why I'm not so worried. I think we're doing those just fine on our own.)
이 말을 듣고 현직 개발자로서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AI가 없던 시절부터 수많은 버그를 만들고, 고치고, 또 새로운 버그를 쌓아왔다. AI가 가끔 엉뚱한 코드를 추천해 주는 게 물론 문제지만, 내가 직접 짠 코드에서 어이없는 논리 오류를 발견했을 때의 허탈함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 그 도구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언제나 개발자 자신이라는 핵심을 꿰뚫는 말이었다.
거장의 현실적인 낙관론
리누스는 자신을 '희망적이고 겸손한(hopeful and humble)' 사람이라고 말한다. 32년 전, 남들보다 더 나은 커널을 만들 수 있다는 '과도한 낙관주의'가 있었기에 리눅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AI라는 새로운 도구에 대해서도 그는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얀 르쿤이 AI의 근본적인 한계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학자적 관점을 보여줬다면, 리누스 토르발스는 거대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현장 관리자'로서의 실용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기술이 당장 내 코드를 더 좋게 만들고, 버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돼?"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AI 시대의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우리 개발자들에게 더 큰 위안과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게 아닐까.
#리누스토르발스 #AI #프로그래밍 #개발자 #리눅스 #오픈소스 #버그
참고 영상:
- Torvalds Speaks: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Programming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VHHT6W-N0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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