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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바로 일본 '니케이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다. 내가 경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 같은 디플레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였는데,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치 오랫동안 잠자던 거인이 깨어난 듯한 일본 증시의 이례적인 폭등, 그 이유가 궁금해서 개발자답게 한번 집요하게 파고들어 봤다.
1. 기업 체질 개선: "주주님, 이제 눈치 보겠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일본 기업들 자체에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일본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주주환원에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직접 나서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즉 회사의 자산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은 기업들에게 '주가 좀 관리하라'고 강력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기업들은 부랴부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금을 늘리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회사는 주주의 것'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 드디어 일본 증시에도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2. 엔저 효과: 수출 기업들의 끝나지 않는 축제
두 번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엔저', 즉 이례적인 엔화 약세 현상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니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 같은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날개를 달았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1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팔았을 때 예전에는 110만 엔을 벌었다면, 이제는 150만 엔을 버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똑같은 물건을 팔아도 엔화로 환산한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3.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의 선택
아무리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도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 '촉매제'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몇 년 전부터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고, 공개적으로 "일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적인 투자 구루의 이런 행보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일본으로 가라'는 강력한 신호탄이 되었다. 그를 따라 막대한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로 밀려들어오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4. 드디어 끝난 디플레이션
수십 년간 일본 경제를 짓눌렀던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드디어 완만한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물가가 오르니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 역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비싸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돈을 은행에 쌓아두면 가치가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5. 일본 개미들의 참전: 새로운 NISA 제도
마지막 퍼즐은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귀환이다. 2024년부터 일본 정부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이른바 '신(新) NISA' 제도를 시행했다. 연간 투자 한도를 크게 늘리고 비과세 혜택을 영구적으로 제공하면서, 은행 예금에 묶여 있던 막대한 규모의 개인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거대한 물길을 만들었다.
결론: 구조적 변화의 시작
정리해 보면, 2025년 현재의 니케이 지수 상승은 단순히 엔저 효과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다. 기업의 체질 개선, 유리한 환율 환경, 글로벌 투자의 관심, 경제 정상화, 그리고 개인 투자자의 참여라는 5개의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미 많이 오른 만큼 조정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상승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나 또한 이 역사적인 변화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며 다음 투자 기회를 고민해 봐야겠다.
※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과 의견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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