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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과 의견을 기록한 글입니다.
요즘 IT 업계,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개발 씬은 온통 AI 이야기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AI 모델 소식이 들려오고, 업무 중에는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동료들과의 커피 타임에서는 어떤 AI 스타트업이 유망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당연히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관련 주식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내 주변에도 소위 'AI 테마주'에 올라타 큰 수익을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개발자로서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지 않는 것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기술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으니, 이 기술이 바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나 역시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기술주, 특히 AI 관련 기업들로 채우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월가의 영웅',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최근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연평균 29.2%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 그의 투자 철학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그런 그가 AI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1BJ1fI7WI
"AI 주식? 하나도 없어요."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은 AI 주식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를 '로루테크 가이(low-tech guy)'라고 칭했다. 심지어 8개월 전까지는 엔비디아(Nvidia)를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개발자인 내 입장에서 처음 든 생각은 '아니,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을 무시한다고?'였다. 시대에 뒤처진 노장의 고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볼수록 이건 무시가 아니라, 그가 평생을 지켜온 '투자 원칙'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는 그의 제1원칙 말이다. 그는 AI 기술 자체를 폄하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치를 산정할 수 없는 분야에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지독할 정도의 투자 원칙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었다.
닷컴 버블의 기억을 소환하다
인터뷰어는 현재의 AI 열풍이 1999년의 닷컴 버블과 비슷하지 않냐고 묻는다. 피터 린치는 "나도 모른다(I have no idea)"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그의 전체적인 논조는 강한 회의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과거 닷컴 버블 시절, 이름 끝에 '.com'만 붙이면 주가가 폭등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나타났지만, 결국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한 기업은 아마존과 같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거품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의 AI 열풍은 어떤가? 수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자사를 'AI 기업'이라 포장하며 투자금을 유치하고 주가를 띄운다. 과연 이들 중 몇이나 진짜배기일까? 그리고 그 진짜배기를 지금 이 가격에 사는 것이 합리적일까?
피터 린치는 화려한 성장주보다는 쓰레기 처리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지루한' 기업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모두가 열광할 때 한발 물러서서 냉정하게 기업의 본질과 수익성을 따져보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새로운 저점 목록(New Low List)에서 보석을 찾다
그의 투자 전략 중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신고가(New High List)'가 아닌 '신저가(New Low List)' 목록을 살펴본다는 점이다. 물론 신저가 목록의 대부분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쓰레기' 주식이지만, 그중에는 시장의 오해와 편견, 또는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재능을 폄하받는 보석 같은 기업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당 6달러를 잃던 회사가 구조조정과 노력을 통해 손실을 2달러로 줄였을 때를 주목한다. 여전히 적자지만, 4달러만큼 개선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때, 주가는 네 배가 되기도 한다. 시장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개선의 방향성'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모두의 관심이 온통 AI와 '매그니피센트 7'에 쏠려있는 지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산업에서 조용히 턴어라운드를 준비하는 기업은 없을까? 피터 린치의 관점은 나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었다.
개발자의 시각, 그리고 투자자의 시각
피터 린치의 인터뷰는 AI 시대에 취해있던 나에게 좋은 예방주사가 되었다. 그의 말이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는 이번 세기의 가장 큰 기술 혁명의 과실을 놓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경고는 '기술의 위대함'과 '투자의 위대함'은 별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다. 개발자로서 나는 누구보다 AI 기술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 기업의 주가가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능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식의 저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피터 린치의 조언을 따라 AI를 무조건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발자로서 가진 기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피터 린치와 같은 냉철한 투자자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업이 정말 AI 기술로 돈을 벌고 있는가?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가능한가? 현재 주가는 미래의 이익을 과도하게 당겨온 것은 아닌가?
화려한 파티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보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의 쓴소리는,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게 해주는 등대처럼 느껴진다.
출처: The Compound - How Peter Lynch Became The Greatest Fund Manager Ever
https://www.youtube.com/watch?v=YIlurDigZcY
#피터린치 #AI #AI버블 #주식투자 #가치투자 #기술주 #개발자 #투자이야기 #닷컴버블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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